장기요양등급, 신청 전 이것부터 확인하세요

장기요양등급, 신청 전 이것부터 확인하세요

“아버지는 정말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왜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했을까?”

몇 해 전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장기요양등급을 받기 위해 무려 네 번이나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끝내 등급을 받지 못한 채 돌아가셨습니다.

당시 아버지는 80대 중후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넘어져 고관절이 부러져 수술을 받았고, 수술 이후 거동이 불편해져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탈락이었습니다.

“6개월 정도 지나 다시 신청해 보세요.”

그래서 6개월을 기다려 두 번째 신청을 했지만 또다시 등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장기요양등급은 아픈 것만으로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단순히 나이가 많거나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장기요양등급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Q : 장기요양등급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될까요?

   A : 핵심은 질병명이나 수술 이력 자체보다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지입니다.

근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 인정조사는 신체기능, 인지기능, 행동변화, 간호처치, 재활 관련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장기요양 필요도를 판단합니다.

즉 “고관절 수술을 했다”보다 “혼자 일어나고 걷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가”와 같은 실제 생활의 어려움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장기요양 인정조사란 공단 직원이 직접 어르신의 신체·인지 상태와 일상생활 수행 정도를 확인하는 절차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따라서 부모님의 장기요양등급 신청방법을 알아볼 때는 병원 진단서만 챙기는 것보다 평소 생활에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버지는 왜 네 번이나 신청했을까?

세 번째 신청 당시에는 상황이 훨씬 나빠졌습니다.

고관절 수술을 받은 다리의 혈액순환이 좋지 않아 혼자 일어서기조차 힘든 상태였습니다.

목욕도 문제였습니다.

이동 목욕차를 불러 목욕을 시켜드렸는데 장기요양등급이 없으니 한 번 이용하는 데 7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으면 본인부담금이 크게 줄어 훨씬 적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희 가족에게는 큰 욕심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저 방문목욕이나 이동목욕 서비스, 그리고 시에서 운영하는 교통비 지원 같은 서비스를 조금이라도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 신청에서도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거동이 불편했을 뿐 아니라 약간의 치매 증상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도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정말 답답했습니다.

주변을 보면 우리 아버지보다 훨씬 건강해 보이는 분들도 장기요양등급을 받아 여러 혜택을 이용하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우리 아버지는 왜 안 되는 걸까?”

그때는 이런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장기요양등급 신청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

아버지 일을 겪고 나서 느낀 것은 “많이 아프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심사 과정에서는 어르신의 실제 생활 모습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부분입니다.

◈ 대 분 류 ◈ 구체적으로 확인할 내용
• 이 동 • 혼자 일어나기, 걷기, 계단 이용이 가능한가
• 식 사 • 식사 준비와 식사를 혼자 할 수 있는가
• 화 장 실 • 화장실 이동과 용변 처리가 가능한가
• 목 욕 • 혼자 목욕할 수 있는가
• 옷 입기 • 옷을 혼자 입고 벗을 수 있는가
• 인지기능 • 날짜·장소를 혼동하거나 기억력이 떨어지는가
• 외 출 • 병원이나 장보기 등을 혼자 할 수 있는가
• 안 전 • 낙상 위험이나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는가

 

특히 자녀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어머니는 아직 괜찮아요.”

“혼자 밥도 잘 드세요.”

“화장실도 혼자 가세요.”

이렇게 평소보다 잘하는 모습만 이야기하면 실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르신이 하루 중 어떤 상황에서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간병비와 부모님 의료비 부담까지 생각한다면 단순히 등급 여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방문요양, 방문목욕, 복지용구 등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함께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4차 신청을 앞두고 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

세 번째 신청에서도 실패한 뒤 다시 6개월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네 번째 장기요양등급 신청을 준비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심사가 나오기도 전에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돌이켜보면 조금만 더 일찍 노후 의료비와 간병비에 대해 준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서 이제 80대 중후반이 된 어머니를 보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건강한 어머니도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해야 할까?

어머니는 아버지와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현재 시골집에서 혼자 생활하고 계시고, 대부분의 일상생활도 스스로 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건강한 편입니다.

하지만 양쪽 무릎 수술을 오래전에 받으셨고 최근에는 한쪽 고관절까지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걷는 것도 예전만큼 편하지 않습니다.

자녀 입장에서는 이것이 가장 걱정됩니다.

지금은 괜찮아 보여도 혼자 사시는 것이 정말 괜찮을까?”

그래서 저는 어머니도 장기요양등급 신청을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등급을 받기 위해 없는 증상을 만들어내거나 실제보다 과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현재 어머니의 생활에서 실제로 어려운 부분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설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신청 전에 자녀가 확인해 볼 것

  • 혼자 일어나고 앉는 데 불편함은 없는지
  • 장시간 걷거나 외출할 때 어려움은 없는지
  • 목욕이나 샤워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지
  •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지
  • 병원이나 장보기를 혼자 할 수 있는지
  • 약을 제대로 챙겨 드시는지
  • 최근 낙상한 적은 없는지
  • 밤에 화장실을 갈 때 위험하지 않은지
  • 수술 후 통증이나 관절 움직임에 제한이 있는지
  • 혼자 생활하면서 실제로 가족의 도움을 받는 부분은 무엇인지

이런 내용을 평소 생활 기준으로 미리 적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부모님이 혼자 생활한다면 노후생활비, 의료비, 간병비, 요양원 비용까지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장기요양등급을 받는다고 모든 비용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모님의 현재 소득과 자산, 보험 가입 여부까지 함께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으면 무엇이 달라질까?

장기요양등급을 받으면 시설에 들어가는 것만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재가급여를 통해 집에서 생활하면서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재가급여란 쉽게 말해 요양원에 들어가지 않고 집에서 필요한 장기요양 서비스를 받는 방식입니다.

대표적인 서비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방문요양
  • 방문목욕
  • 방문간호
  • 주·야간보호
  • 복지용구 이용
  • 시설급여 등
  • 교통약자 바우처 택시

어르신이 반드시 요양원에 들어가야 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혼자 생활하는 고령의 부모님이라면 “시설 입소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 “가능하면 현재 살던 집에서 안전하게 생활하기 위한 지원제도”라는 관점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요양원 비용이나 간병비는 이용 시설과 서비스, 본인부담금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뒤 실제 이용할 서비스와 예상 비용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장기요양등급 신청, 떨어졌다고 끝이 아닙니다

저희 아버지처럼 한 번 신청해서 등급을 받지 못했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르신의 건강 상태와 일상생활 수행능력이 달라졌다면 다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무작정 신청하기보다는 현재 상태가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아버지의 네 번의 신청을 겪고 나서 이 부분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부모님이 아직 건강해 보인다고 해서 아무 준비도 하지 않는 것보다, 지금의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고 필요한 제도가 무엇인지 미리 알아두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기억했으면 하는 것

장기요양등급은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아픈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혼자 일상생활을 얼마나 안전하게 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는 제도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특히 80대 부모님이 혼자 생활하고 있다면 자녀가 직접 방문했을 때 보이는 모습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평소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어느 순간 자녀의 도움이 필요한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저 역시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야 이런 부분을 알게 됐습니다.

부모님이 아직 괜찮아 보일 때 준비하는 것이 오히려 늦지 않은 준비입니다.

어머니도 아직 대부분의 생활을 혼자 하시기 때문에 장기요양등급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무릎과 고관절 수술 이력이 있고 혼자 사시는 만큼, 신청 자체를 미룰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장기요양등급만 확인해서 끝내서는 안 됩니다.

부모님의 장기요양보험 혜택, 방문요양 비용, 방문목욕 비용, 요양원 비용, 간병비, 노후 의료비를 함께 계산해 보면 실제로 필요한 노후자금이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도움이 되는 글 : 퇴직 전 건강관리, 지금 시작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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